
04 Feb [발표] 사람·사물·생각의 이동과 수공업 생산의 공존-사천 늑도 유적
[연구성과-발표] 사람·사물·생각의 이동과 수공업 생산의 공존-사천 늑도 유적
고일홍, 고대 국제 무역항 사천 늑도 유적 국제학술대회, 2024
활발한 상공업의 공간이었던 늑도는 기원후 1세기 어느 시점에 쇠락의 길에 접어들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견이 존재하나, 발표자는 쇠락의 원인 또한 ‘글로벌 가치사슬’ 개념을 통해 접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글로벌 가치 사슬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모든 참여 장소·주체가 정상적으로 운영되어야 하며, 한 곳에서만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무너질 수 있는 것이 글로벌 가치사슬이기도 하다. 발표자가 보기에 고대 동아시아 세계에서 늑도를 중심에 두고 작동했던 글로벌 가치사슬은 어느 한 집단의 필요나 계획에 따라 형성·작동하고 관리되었던 것이 아니라, 동아시아의 여러 지역 집단들이 부존자원(賦存資源)의 비균질적 분포에서 비롯된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이웃 집단들과 교류·소통·연대하면서 일어난 ‘창발(創發, emergence)’의 결과였다. 이러한 창발성은 늑도에서 일어난 공업과 상업의 원동력이 되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전체 시스템을 통제하는 집단의 등장을 방해하기도 했다. 발표자는 일찍이 이러한 늑도의 면모를 ‘역소(port of trade)’라는 개념을 통해 설명한 바 있는데,50) 늑도의 ‘역소’로서의 면모 역시 ‘창발성’ 및 ‘글로벌 가치사슬’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고 본다. 결국, 이러한 늑도의 창발성과 그로부터 비롯된 역소로서의 면모가 글로벌 가치사슬을 통제하는 주체의 등장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하면서, 글로벌 가치사슬의 특정 지점에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 조율, 대안 확보 등과 같은 대응의 메커니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것이고, 이로 인해 글로벌 가치사슬이 무너지고 늑도가 쇠락하게 되었을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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