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말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아시아의 교류협력 프로그램 센터장 권오영

요즘 가장 많은 뉴스거리를 제공하는 사건은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 외교적 긴장과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확산이다. 북한은 물론이고 중국과 일본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시선은 예전과는 달리 싸늘하게 변해서 상대방에 대한 호감은 급감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하여 세계 거의 모든 나라는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공항과 항만을 봉쇄하면서 국가 간 장벽을 높이고 새로운 쇄국주의의 모습마저 띠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과 유학생을 바라보는 내국인들의 시선은 경계심과 근거 없는 두려움에 휩싸여 있다. 국제 교류와 관련된 각종 프로그램도 거의 중지된 상태이고 해외 출장은 언제 재개될지 알 수 없다. 세계 모든 국가들이 이렇듯 극심한 고립주의를 택할지 예견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 사태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조금은 무책임하게 말한다.

그런데 과거를 돌아보면 이런 일이 결코 처음은 아니란 사실을 알게 된다. 집단과 집단과의 교섭은 종전에는 없던 새로운 경험과 재물을 제공하기도 하고, 때로는 예상치 못한 재앙과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비교적 근거리에 있는 집단과의 사이에서도 이러한 일이 비일비재한데, 멀리 떨어져 있어서 이질감이 심한 국가와 종족 간에는 이런 현상이 극적으로 나타나게 된다. 초원길을 통해 확산된 흑사병, 중남미를 침략한 유럽인들에 의해 퍼져나간 천연두가 극적인 사례이다. 이런 재앙이 발생할 때마다 인류는 나름의 대응책을 마련하면서 살아남았다. 과거의 역사를 볼 때 현재의 코로나 사태도 몇 년이 걸릴지, 그리고 어떠한 해결책이 나올지는 모르지만 분명히 해결될 것이다. 그리고 인류는 새로운 형태의 교류를 재개할 것이다. 비록 지금은 싸늘해졌지만 아시아 각국 간 교류협력도 재개될 것이다.

아시아의 교류협력 프로그램은 아시아 각 국, 각 권역 별로 전개되던 다양한 형태의 교류와 협력의 ‘역사’를 밝히고, ‘현재’를 조명하며, ‘미래’를 예측하기 위한 프로젝트이다. 질병의 역사에서부터 실크로드와 비단길을 통한 원거리 교역, 황해와 동해를 무대로 전개되던 동아시아 지중해의 실상, 신북방과 신남방 정책의 학문적 기초 마련 등 광범위한 주제들을 역사학과 고고학만이 아니라 인문학적, 지역학적 관점에서 다룰 예정이다. 과거의 한국이 동아시아에 외롭게 고립된 섬이 아니라 유라시아를 무대로 다양한 교류를 행하던 역동적 실체였음을 밝힘으로써 미래의 우리 모습을 그려 보는 것이 궁극적 목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