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근이혼(形近易混) 현상이란, 두 글자의 자형이 비슷해 쉽게 혼동되어 때로는 구분 없이 사용되는 현상이다. 이 현상은 갑골문 이래 중국 고문자에서 자주 발견되며 심지어 현대 한자의 사용에서도 드물지 않게 보인다. 진(秦) 문자 자료에서도 형근이혼으로 인한 오기(誤記) 현상이 적지 않게 발견되는데, 석문(釋文)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형근자(形近字)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이루어지지 않아 잘못된 해석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따라서 출토 진(秦) 문자 자료에 보이는 형근이혼 현상과 형근자에 대한 이해는 출토 진(秦) 문헌 연구에 상당 부분 도움을 줄 수 있다.
강연은 우선 한자의 맹아 단계부터 진한대에 이르는 연구 범위를 가진 고문자학이라는 학문 분야를 소개하였다. 그리고, 1970년대 이후 부단히 출토·발표된 진(秦) 문자 자료를 간략히 소개하였다. 강연자는 진(秦) 문자의 금문, 석각, 간독, 칠기, 도기 등 다양한 종류의 자료를 소개하면서, 풍부한 사진 자료를 활용하여 청중의 이해를 도왔다. 다음으로는, 출토 진(秦) 문자 자료에 보이는 형근이혼 현상을 유형에 따라서 설명하였다. 그 유형으로는 1) 필획의 길이 변화로 인한 혼용, 2) 필획의 굽은 정도 변화로 인한 혼용, 3) 필획의 각도 변화로 인한 혼용, 4) 필획의 번화(繁化)와 간화(簡化)로 인한 혼용, 5) 예변(隸變)으로 인한 혼용이 있다. 강연자는 형근이혼 관계에 있는 사례들을 다양하게 소개하면서, 초형의 본래 뜻을 소개하고, 혼용되기 시작한 시점을 밝힌 뒤, 두 문자의 차이점을 밝히고 구분 방법을 제시하였다. 마지막으로, 형근자 관계의 글자를 분석한 성과를 활용할 수 있는 연구 방법과 연구 과정을 제시하였다. 사례를 들어서 자형의 변화 과정을 상세하게 분석하고, 간독 자료의 석문 중 잘못된 사례를 지적하며 수정된 해석을 제안하였다. 강연 이후에는 청중의 질문과 토론이 활발하게 이어졌다.